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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김명민, 절박한 노력,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이 드라마에 다시 출연을 한다. MBC 수목 드라마 베어토벤 바이러스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그의 카리스마, 열정을 볼수 있어 매번 흥분이 된다. 벌써 5회째 접어 들었지만 갈수록 베바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말했 듯 절박한 심정이 저절로 느껴지는 것 같다. 연기뿐만이 아니라 그의 생활에서도 마치 그럴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완벽한 지휘와 독특한 말투, 옷차림 등등 그의 표정하나 몸짓 하나가 정말 명품 강마에를 만나는 것 같아 즐겁기만 하다. 얼마 전 지휘도중 음이 맞지 않음을 알고 지휘봉을 서서히 내려놓으면서 단원들을 쳐다보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베바에서 강마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앞에 두고 “중요한 건 내가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느냐. 그 마음, 느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김명민의 연기에서 숨 쉬듯 드러나는 리얼리티는 한 명의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몰입의 과정을 보게한다.
 
베바 제작진이 강마에 역에 김명민을 캐스팅한 뒤 상대 남자 배우를 구하지 못해 꽤 오랜 기간 동안 고민했다는 사실을 볼때, 지금 그가 드라마에서 갖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강마에가 정통 클래식의 세계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끄는 것처럼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대로 시청자들을 이끄는 김명민은 지금까지 상당히 믿을 만한 개척자 겸 안내자 노릇을 해 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있는 한 많은 창작자들은 안심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은 김명민의 인터뷰를 참조한 글이다. 감동이다...


지난 번 드라마인 MBC <하얀 거탑>에서는 메스를 잡았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지휘봉을 잡았다. 매번 결코 쉽지 않은 역할들만을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
김명민
: 메스 잡을 때는 이보다 더 어려운 역할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휘자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웃음) <하얀 거탑> 때도 병원에서 4,5개월 정도 살았는데 이번에는 더하다. 지휘자이자 우리 드라마 예술감독이신 서희태 교수와 시간 나는 대로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계속 배우고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미 출연하기로 얘기는 해 놨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끝이 안 보이니까. 그런데 오기가 생긴 것 같다. 대본을 받았을 때 ‘와, 이런 걸 어떻게 해?’라고 했던 것들에 중독성이 있다. 사실 내가 언제 포디움에 서서 많은 연주자들을 지휘해 볼 수 있겠나. 그런 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고, 그 느낌 때문에 하게 되는 것 같다.

q: 지휘자는 굉장히 방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역할인데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연습했나

김명민 : : 지휘라는 게 정말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라 10년, 20년을 해도 이해하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무조건 외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항상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놨다. 잠꼬대를 할 정도였다. (웃음) 악보만 보고 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악기 20여 종을 늘어놓고 음을 계속 듣고 보면서 각각의 특징과 음색을 다 외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서희태 교수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q: 음악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움직임, 지휘자로서의 포즈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김명민 : 그런 부분은 연기 외적으로 몸에 항상 따라다니는 습관이다.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들고 젓가락을 드는 습관처럼, 지휘자로서의 손동작 같은 게 쉴 새 없이 계속 나와줘야 연기하는 데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지 그걸 따로 생각하고 계산하면 어색해진다. 그래서 그냥 연기라기보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하고 다녔다. 손동작이라던가 지휘자들이 말할 때 하는 포즈, 억양, 톤, 걸음걸이, 몸의 자세 같은 것들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스스로 어색할 때가 있지만 계속 하는 거다. 될 때까지.

q: 강마에 특유의 억양과 음성 톤을 유지하는 건 어떤가.
김명민 : 어떤 캐릭터를 시작하면 항상 그 캐릭터로 계속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잠시만 방심하면 내 원래 모습, 원래 습관이 나온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피곤한 상태, 무방비 상태로 촬영하다가 그런 부분이 무의식중에 노출될 수가 있다. 그래서 촬영장에서도 최대한 정신 바짝 차리고 있고, 언제 어느 때 슛 들어갈지 모르니까 대기 시간이 길더라도 거의 눈을 안 감고 있는다. 사실 나는 김명민이고, 인간 김명민이 드러나는 건 너무 당연한 건데 그걸 숨기고 연기하는 건 좀 많이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렇게 해야지.

q: 강마에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했고, 시청자들이 어떤 캐릭터로 받아들이기를 원했나.
김명민 :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강마에가 현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의 동시대 사람이 환생해서 돌아왔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 <아마데우스>나 <불멸의 연인>, <카핑 베토벤>처럼 고전 음악가들에 대한 작품을 많이 보며 그들이 쓰는 말투와 눈빛과 동작을 참고했다. 거기 나오는 음악가들이 굉장히 까칠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린애 같고, 또 한 편으로는 고독하고 쓸쓸한 인물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강마에는 주위 사람들과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그 시대의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는 강마에, 그의 고집과 아집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이나 헤어도 굉장히 고전적인 스타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왜 지휘자는 늘 저런 머리 모양을 하냐, 고정 관념을 좀 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지금 이 스타일이 나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 물론 요즘에는 짧은 머리, 깔끔한 스타일의 지휘자도 많지만 나는 강마에가 이 시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면 하니까.

q: 무엇보다 강마에는 굉장히 오만하고 시니컬한 캐릭터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지휘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나. 그리고 롤모델이 있다면.
김명민 : :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지휘자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지만 강마에는 연주자들에게 “니들은 내 악기고, 이 지휘봉 끝만 보고 따라오라”고 하는 스타일인데 만약 내가 지휘자가 되었어도 강마에 스타일이었을 거다. (웃음) 그리고 롤모델로 삼은 건 카라얀이다. 옛날 자료와 공연실황 DVD를 많이 봤다. 베를린 필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끌어올린 사람이니까,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겠지만 그 사람과 함께 공연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내노라 할 단원들이 있는 걸 보면 결국에는 그런 지휘자도 필요한 것 같다. 사실 강마에 같이 강한 캐릭터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의존하다 보면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단순한 캐릭터가 될 수 있는데 다른 배우들이 물과 기름 같은 관계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리액션과 호흡을 맞춰주신 덕에 많이 살아난 것 같다. 그런 게 없다면 욕을 많이 먹을 캐릭터인데, 정신 바짝 차려서 열심히 해야겠다. (웃음)

q: 그런데 작품이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마에도 좀 변하게 될까?
김명민 : 나는 강마에의 성격이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바람은 강마에가 이대로 가는 거다. 나머지는 상황 자체가 만들어줘야겠지. 사실 강마에는 정말 멋진 캐릭터다.

q: 멋지다는 건 어떤 면에서인가?
김명민 : 아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마에와 내가 생각하는 강마에는 아무래도 다를 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멋있다. 아무리 남들에게 욕을 먹어도 이 사람이 추구하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가 연주자들을 일부러 까는 게 아니다. 실력이 없어서 까는 거지. 그런 면에서 강마에의 음악에 대한 열정, 고전음악을 그대로 이어오려는 정신은 아무도 따라올 사람이 없다. 물론 말투 같은 건 좀 고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한 분야에서 최고라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런 게 고쳐지면 강마에의 매력이 없어질 것 같다. (웃음)

q: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오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강마에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과도 닮은 지점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크게 다르다. 두 캐릭터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나.
김명민 :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이 되려면 타고난 재능이 90% 이상 되어야 하고 나머지 10%가 노력인데, 그 10%를 하지 않으면 타고난 게 50% 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도 묻혀버린다. 노력 10%가 재능 90%를 훨씬 넘어서는 힘인 거다. 장준혁 같은 경우는 아예 100%를 타고난 타입이라 감도 뛰어나고, 수술에 대해서도 굳이 교과서대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 창조해가면서 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단지 ‘내가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하는 건 인맥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끈, 인맥을 잡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거다. 그런데 강마에는 90%를 타고나서 10% 노력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좀 덜한 편이라 노력을 많이 했고, 그로 인해 자기의 라이벌인 정명환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천재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겨 천재만 보면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성격이 된 것 같다. 항상 실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장준혁과 같지만 강마에는 타고난 천재성에서 온 오만함은 아니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들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인물에 가깝다.

q: 그렇다면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재능과 노력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명민 :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 재능은 있었던 것 같다. (웃음) 그런데 나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연기를 하는 데 대한 집안의 반대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성공해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이를테면 피아노를 전공하는 누나는 집 기둥뿌리가 흔들릴 만큼 밀어주고, 같은 예능 분야인데도 내가 연기를 할 때는 “무슨 연극 따위를 하냐, 딴따라냐”하는 차별 같은 게 심했다. 그래서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몸에 배어 있다. 나는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난 이게 아니면 죽는다.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 작품이 항상 성공했던 게 아니잖나. 정말 잘 안 된 작품들도 많았고, 모든 걸 다 포기하려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늘 절박하다. 그리고 내 연기는 그 절박함에서 나오는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