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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공개적인 그러나 폐쇄적인 블로그의 양면성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온갖 정보들이 무궁무진하다. 요즘같은 인터넷 세상에서 업무적으로 약간의 소프트 웨어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을 빼고나면  나는 소위 말하는 컴맹이다.

그 흔한 블로그도 잘 할 줄 모르고, 음악이나 영화를 다운 받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아직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고 책도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직접 보고 사야만 하고 인터넷 쇼핑몰이 성행하고 있긴 하지만 난 직접 내눈으로 보고 물건을 고르지않으면 영 찜찜하기만 하다.

그런걸 보면 난 아직 구식 세대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블로그가 성행한지는 오래 되었을 것이다. 요 근래에서야 나도 지인을 통해 블로그란 걸 만들었다. 어휴 근데 그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글도 자주 올려야 하고 방문객이라도 잇으면 일사천리로 댓글도 달아줘야 한다. 또 내 블로그의 방문객수를 조금이나마 늘이기 위해서는 낚시글이란것도 올리고 다른 블로그도 방문해서 흔적을 남겨줘야 한단다.


아직까지도 나는 블로그를 사용하는게 많이 서툴다. 블로그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내 감정을 표출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행여 댓글이라도 달렸다 싶으면 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부끄럽다. 답변도 궁색하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역시도 글쓰기의 범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블로그에서는 각종 정보, 사진, 방송,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역시도 글이 위주다.


예전 소설책을 읽고서 매우 큰 감동을 느낀 때가 있었다. 마침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길래 흔쾌히 그 영화를 보러간 적이 있엇다. 느낌은 실망이었다. 책에서 느낀 그 감동을 영화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다.  물론 영화가 다 그런 것 만은 아닐 것이다.


난 활자가 주는 매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글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영상과 글의 차이점을 간명하게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치만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상상속에서 더욱 현란하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편의 글을 보고 나면 그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느껴진다. 상대방의 글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지를 간접적이지만 알수가 있다는 거다. 

블로그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에로틱하다.  마음에 맞는 상대방과의 감정 교류는 실제 육체적인 결합이 아닌 정신적인 결합에서 더 위험하고 중독성이 강한것 같다.  자꾸 블로그에만 눈이 간다. 누군가 다녀가지 않았을까.. 기대된다.

생전 자신의 감정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주말 겪었던 슬펐던 감정, 어릴적 친구에게서 느낀 쓸쓸한 감정 등의 이야기를 올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매우 낯설고 심한 배신감 마저 들지 않을까.. 은밀하게 내 속내를 꺼내 보이고는 누군가가 와서 어루만져 주길 바라는 것 같다. 위로 받은 것만 같고 힘이 난다.

블로그는 외면상 보기엔 매우 오픈되어 잇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우 폐쇄적이다. 오프라인에서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도 온라인에서는 가능하다. 누구나 손쉽게 내 생각과 내 감정을 실어 올리고, 누구든지 와서 보라고 한다. 블로거들은 슬며시 날 한번 읽어 보고는 도둑처럼 그냥 나가버리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가기도 한다.

요즘의 세대들은 가까운 곳에 잇는 사람과는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은 원하는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므로 내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놓기 쉽고, 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과연 이런 소통방식이 좋기만 하겠는가...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아무데나 나의 감정을 흘리고 다닌다는 건 날 모르는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는 것이랑 뭐가 다르겠는가?


앞으로 과학은 지금보다 매우 유치 찬란하게 발달할 것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나오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그럴수록 일부러라도 주변 사람들을 더 챙기고 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게 더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오프라인 상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