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롱도 아니고 보통은 훨씬 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을 소개하고 싶다. 그의 책 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를 읽었다. 나는 한번 그 책에 필이 꽂히면 그 작가가 쓴 책을 거의 다 읽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만약 다음 책이 별루면 그 다음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암튼 그의 책은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지만 어렵지 않다. 너무 쉽게 가슴에 와닿는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철학서 같기도 하고 평론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철학적으루다가 사고의 수준을 좀더 높여 보고 싶은 욕심에서 앞으로 그가 쓴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작가가 25세에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은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20대 남자의 시선에서 풀어나가고 있는데, 짧은 단락마다 실제 사실과 남자의 철학이 섞여 있어서 흡사 평론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만남부터 헤어짐, 그 이후까지를 24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정리했는데, 어찌 보면 한 커플의 사례를 통해 사랑의 과정을 분석한 논문 같기도 하다. 즉, 연애라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랑'이라는 과정에 대한 소설이다. 때문에,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스탕달의 말이다. 성격의 기원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있다는 의미이다. 나 자신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 때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누구나 고아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천지 간에 나 혼자인 것같은 외로움. 그래서, '아름다운 구속'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만일 네가 나 하라는 대로 했다면 나는 네가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나에게 도전하면 너를 사랑하겠다. 나한테 제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면 너에게 키스해주겠다. 나와 함께 자지 않으면 너를 사모해주겠다
사랑의 역설. 동경하던 사람조차도 막상 나에게 돌진해오면 도망가고 싶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인간은 자신에게서 도망가는 사람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 심리를 잘 이용하여 사랑의 줄다리기를 잘 하는 사람을 우리는 '선수'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말다툼의 차이는 차이의 정당성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관점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려는 권력 행사로 전락했다. 개인으로부터 보편으로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압제이다. 개인적 판단이 보편화되고 그것이 자신의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에게 적용되는 순간, 나는 이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가 나는 너를 위해서도 이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로 바뀌는 순간.
'아름다운 구속'으로 시작했지만, '끔찍한 속박'으로 전락해 버린 사랑의 순간이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나는 너를 위해서도 이것이 좋다라고 고집을 피우면서 그것을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랑은 공통의 혐오를 확인함으로써 커나간다. 우리는 둘 다 X를 싫어한다는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로 번역된다.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 교과서같은 공명정대한 평가를 하는 그와 싸움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바란 것은 그저 내 편을 들어주는 위로였는데....선호하는 연예인, 정치가 등이 화제일 때도 흔히 겪게 된다.
행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눈앞에 다가오면 무시무시하고 불안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랑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 또한 누구나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행복은 희귀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행복을 누리기에는 자격미달이라는 자각 때문일까?
당나귀가 노래를 못한다고 당나귀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사랑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가 나는 이유는 나에게 퇴짜를 놓은 사람이 한때는 사랑을 하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별의 목전에서 변심한 애인에게 느끼는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한 게 있을까? '희망고문'과 비슷한 맥락이다. 나에게 무심한 이 사람이 원래 이런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기억이 고문이 되는 것이다.
뭐 이런 식이다. 사랑의 단계별로 이렇게 철학적인 분석과 사색을 통해 사랑의 정체를 밝혀가는 것이다. 특히, 작가가 이렇듯 완벽에 가까운 사랑의 매카니즘을 분석한 것이 26세였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혹시, '선수'였던 건 아닐까? ^^
저자 | 알랭 드 보통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지은 책으로는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철학적 연애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에 관한 에세이『여행의 기술』이 있으며, 독특한 문학평론서『프루스트 선생에게 물어보세요』, 불안에 관한 인간의 상념을 고찰한 에세이『불안의 책』등이 있다.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책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3년 2월에 드 보통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인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츠베탕 토도로프, 로베르토 칼라소, 티모시 가튼 애쉬, 장 스타로뱅스키 등과 같이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