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입니다. 요즘이 아닐 수도 잇을진대.. 저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모신문 사설에서 펀글입니다.
'경제만큼은 잘 안다'고 큰소리쳤던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을 제치고 '인터넷 경제대통령'이 등장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논객으로 활동해온 '미네르바'의 족집게 경제예측을 국민들이 정부 대책보다 더 신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부터 주부까지 '미네르바 모르면 왕따' 당할 정도다. 경제학자 기업인들도 추종대열에 가담했다. 이명박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경제정책을 조롱하고자 청와대가 미네르바를 경제관료로 기용하기로 했다는 한 일간신문의 패러디 칼럼을 진짜로 알고 타 신문들과 인터넷매체가 기사로 인용해 보도하고 정당이 성명을 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미네르바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생길 만하다.
정부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고 가상공간의 익명의 필자에 열광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넘어 이미 '신뢰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중에서 하는 말에 네 가지 유형의 지도자가 있다고 한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똑부', 똑똑하면서 게으른 '똑게',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멍부', 멍청하면서 게으른 '멍게'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제일 한심한 지도자가 '멍게'일 것 같지만 사실은 '멍부'란다. 이 부류는 도무지 남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하루종일 일만 벌이면서 사고만 치는 유형이다. 이런 지도자 밑에서는 애꿎은 부하들만 죽어날 수밖에 없다.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미네르바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 7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불똥이 한국에 옮아붙을 것을 예측하고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할 것이라는 예견을 했을 때다. 모두 긴가민가했으나 오래지 않아 현실화됐을 때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율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심각성, 정부의 잘못된 경제예측과 처방 등을 거침없이 지적했을 때 네티즌들은 끓어올랐다.
미네르바의 탁월한 경제예측능력도 능력이지만 나에게는 이 정부의 한심한 반응이 더욱 놀랍다.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며 '살해위협'을 당하고 정부가 '사법처리 움직임'을 보였다는 게 미네르바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서 경제예측을 하는 것도 불법사유라니 입 닥치고 사는 수밖에 없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다"고도 했다. 미네르바가 일본계 환투기세력 '노란토끼'의 한국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했으면 정부는 가려서 정책에 반영할 것은 하고 적절히 대응하면 될 일이다. 미네르바의 입만 틀어막으면 있던 사실도 없어지는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언론통제 수법도 치졸하지만 머리에 든 것 없는 못난이들이 잘나고 똑똑한 사람을 보면 한 수 배울 생각은 않고 어깨 힘줄 자랑이나 하면서 깔아뭉개려는 것과 어찌 이리 닮았는가.
진나라 평공이 신하들과 술을 마시다 말했다. "임금이 돼 특별히 즐거운 것은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든지 그 말을 거역하는 사람이 없는 것만은 좋구나." 옆에 있던 장님 악사 사광이 비파를 들어 내리쳤다. 평공은 급히 피했지만 서슬에 벽이 무너졌다. 평공이 물었다. "태사는 누구를 찌르려고 했느냐?" "방금 옆에서 소인배들이나 하는 못된 말을 하는 자가 있기에 그를 찌르려고 한 것입니다." 평공이 말했다. "내가 그 말을 하였다" 사광이 탄식하며 말했다. "아아~! 그런 말씀은 임금으로서 하실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천하의 모든 소리를 온 몸으로 듣는 음악의 달인 사광이 아무리 장님이라 한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이가 임금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도 없고 비파를 잘못 겨냥했을 리도 없다. 사광은 아랫사람의 충언을 틀어막고 오만방자 어리석은 임금의 버릇을 고치려고 미친 척 그리했을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랬다면 역사의 교훈은 반 토막에 그쳤을 것이다. 신하들이 무너진 벽을 고치기를 청했다. 평공이 말했다. "그대로 두어라, 나의 교훈으로 삼겠다."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로마식 이름이다. 아고라의 미네르바의 목을 비틀어 침묵시켰다면 이명박 정부 안에 지혜를 가진 미네르바가 수두룩하게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사광 같은 이라도 있는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치고 있지만 정작 위기의 핵심은 그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오히려 무능하고 말귀도 막힌 이 정부가 위기의 진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