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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관점, 선택의 기준/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저음의 무표정한 얼굴, 상대방의 모든 걸 아는 듯한(또는 무시하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That's all 만을 읖조리는 메릴 스트립의 완벽한 연기와 스타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는 샤넬, 베르사체, 디오르, 켈빈 클라인과 같은 수많은 명품 옷과 액세서리들이 끝없이 등장하고  마치 패션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런 작은 재미가 아니다.

미란다의 화려한 화장과 명품 옷, 액세서리들은 그녀가 살고자 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무기이고,
이 무기로 무엇을 갖느냐는 것은 자신이 어느 세계에 속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 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패션 잡지사에 취업한 시골 출신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기를 중심으로 패션세계를 유쾌하게 풍자했던 로렌 와인스버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대형스크린으로 옮긴 코믹 드라마이다.


오스카상에 무려 13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메릴 스트립이 제목그대로 '악마(devil)'같은 편집장 미란다 역을 열연했고, <프린세스 다이어리>, <브로크백 마운틴>의 앤 해서웨이가 사회초년병 앤드리아 역을 맡았으며, <사랑이 찾아온 여름>으로 영국 독립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던 에밀리 블런트, <쉘 위 댄스>, <럭키 넘버 슬레븐>의 스탠리 투치 등이 공연하고 있다. 연출은 인기 TV 시리즈 <섹스 앤 시티>의 감독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프랑켈이 담당했다.

원작자인 와인스버그는 자신이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애나 윈터의 개인 어시스턴트(조수)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현장감 넘치는 원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점의 차이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성을 느낀다.

앤디가 피칭할 때 비슷한 색의 벨트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보고 웃다가 미란다에게 챙피당하는 장면을 보면

“이런...물건?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없는거라 생각하는구나

넌 네 옷장으로 가서 그 울퉁불퉁한 블루색 스웨터를 골랐나보네

왜냐하면 세상에다 넌 네 가방속에 든 것에만 관심있다는 걸 말해주려고
하지만 넌 그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색이 아니란 건 모르나보구나

그건 터쿼즈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입셍 로랑이, 그 사람 맞지?

군용 셀룰리안색 자켓을 선보였었고, 그 후 8명의 다른 다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 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런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쥬얼 코너로 넘어간 거지. 그렇지만 그 블루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게? 그것도 이런'물건'들 사이에서 고른! “


패션을 그저 속물들의 사치라고 여기며, 내적인 아름다움의 깊이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녀에게 단한마디로 패션의 가치를 알려주는 말 아니었을가.. 패션에도 철학과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단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대한 허영만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커피 심부름, 샘플의 재빠른 픽업과 함께 그녀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첫 번째 고개는 아닌지...

기본정보 

장  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8 분 | 개봉 2006.10.25 

감  독 데이빗 프랭클 

출  연 메릴 스트립(미란다), 앤 해서웨이(앤디 삭스), 스탠리 투치(나이젤)

국내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