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묻겠다 너는 정년 단한번도 단 한번이라도 날 정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느냐“
“네 없습니다.”
주진모의 뉸빛 연기가 너무 뛰어났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홍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때문에 미칠것만 같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동성애와 기타 노출장면은 왕의 홍림을 향한 사랑과 왕비에 대한 사랑에 눈뜬 홍림의 배신에 초점이 맞추어진 장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난 그들의 노출장면이 더없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영화 쌍화점을 보면서 문득 실제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사에서는 공민왕이 노국공주가 죽고 신돈을 통한 개혁정치가 물거품이 되자 남색을 즐겼다고 한다. 왕은 김흥경이라는 총신(寵臣)을 사랑했고, 김흥경을 통해 자제위(子弟衛)라는 기관을 두어 미남의 귀족자제들을 선발했다. 공민왕은 자제위 홍륜 등과 난잡한 관계를 맺는 장면을 문틈으로 엿보기도 하고, 익비(益妃)와의 성행위를 독려했다. 그런데 1374년 9월1일, 왕은 내시 최만생으로부터 익비의 임신사실을 보고받는다. 그러자 왕은 최만생에게 “후사가 없는 터에 잘 된 일”이라면서 은밀하게 물었다.
“누구의 씨인고?”(왕)
“홍륜이라 합니다.”(최만생)
“내일 홍륜의 무리를 죽여 입을 닫게 할 것이다. 너도 이 계획을 아니 마땅히 죽을 줄 알라.”(왕)
밀고했는데 도리어 죽을 운명이라니. 두려움에 떨던 최만생은 홍륜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홍륜 일파는 그날 밤 술에 만취한 공민왕을 살해한다. 그런데 다음날 ‘전세’가 역전된다. 친원파인 이인임·안사기·경복흥 등이 홍륜과 이 사건에 연루된 자제위 권진과 한안 등을 죽인다. 물론 공민왕의 비참한 최후와 관련, 배후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많다.
아마 홍림도 왕을 사랑했을 것이다. 왕은 그를 더 많이 사랑했을테고 홍림 또한 자신을 어여삐 여겨주는 왕에게 충심으로 보답한 것이 그런 모습으로 표현이 되었을 뿐 그들은 사랑한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더 슬프다.
기본정보
장르 드라마 | 한국 | 133 분 | 개봉 2008.12.30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호위무사, 홍림), 주진모(고려 왕), 송지효(왕후)
국내 18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