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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수려한 한국말로 빚은 이문구의 대표작 “관촌수필”

처음 알았다. 이런 작가가 있는줄.. 우연히 올 한해 읽을 책 목록을 정하다 보니 박찬욱 영화감독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가가 이문구 작가이고. 또한 으뜸으로 꼽는 책도 단연코 관촌수필이란다. 

“ 이 책은 문장으로나 인물들 성격을 구축하는 면에서나 한국적인 정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국 사람의 손으로 쓰여진 문장 중에 으뜸으로 꼽혀야 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이 말에 혹해 배달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사이트를 통해 책을 주문했다. 총알이다.  도대체 어떤 시스템인지 정말 궁금하다.


21세기 신고전(신동아 발췌)에도 떡하니 들어 가있다. 살펴보니 그의 책을 두고 우리시대 명작 소설이라는 치하를 받고 잇는데 이런 분을 내가 왜 몰랏는지...

나의 편식심한 책읽기를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리뷰는 다음기회에 올리기로 하고(아직 책을 읽지 못하여) 이 분 작가에 대한 설명을 먼저 언급해 보고자 한다.


문장으로 치면 `북에 홍명희, 남에 이문구`라 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이요, 주제의식으로 치면 `산업화 과정에 노출된 사회문화적 황폐에 대한 가장 혼신적인 문학적 반응`이라 평할 만큼 진지하고 견결하다.

만연체와 구어체, 토속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가 결합된 그의 독특한 문체는 한글이 얼마나 수려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문.구. 이름 석 자는 이 문체만으로도 우리 문학사에 영원히 기록될 만하다.


작가는 곧 말의 발견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이문구는 틈만 나면 `말(語) 사냥`을 나선다. 희귀한 토속어를 수집하러 다닌다기 보다는 민중의 삶에서 우러나는 살아 있는 말들의 현장을 찾아 다닌다. `우리네만의 체온과 체취와 체통이 스며 있고, 우리네의 줏대와 성품과 생각이 들어 있는` 말을 찾아 다리품을 팔고 조탁하는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그의 빛나는 언어들인 것이다.


그는 이 빛나는 언어들로 `옛 모습으로 남아난 것`에 대한 그리움을 목놓아 노래해 왔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애정은 그의 생활습관도 일치한다. 서울 시내에서 약속할 때면 인사동의 `사루비아 다방`을 애용하는데.이 곳은 시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70년대 풍` 다방이다. 이 곳을 즐겨 찾는 유일한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이 좋아서`다. 그래서 이문구의 문학은 `복고의 극치`로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어떤 평자들은 전통적 리얼리즘 소설에서 비켜서 있는 이문구 특유의 이야기체 소설과 그 문체의 반근대적 성격에서 근대화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요구하는 탈근대적, 미래지향적 문제의식을 발견한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대개 스테디셀러가 되어 독자들로부터도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 『매월당 김시습』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서야 `작가가 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 방을 갖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참 세월이 흐른 요즘, 그는 또다시 청빈행으로 돌아가 있다. 1998년의 작가 수입 조사에 의하면, 장성한 두 자녀를 둔 이문구의 월 평균 수입은 딱 118만원. 그나마도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원에 고정강사로 뛰고, 잡문도 열심히 쓴 결과다.


이제는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변해 버린 고향 마을에서, 소년 시절의 이문구는 남로당 충남지역 간부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 가난했지만 또한 풍요로웠던 그 곳이 6·25라는 미증유의 비극으로 갈갈이 찢기는 모습을 또한 보았다.


그러나 이문구는 자기 가족사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 분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대신, 그로 인해 초래된 민초들의 고난한 삶을 생생한 그 모습 그대로 퍼올려 자기 문학에 담음으로써 오직 그만이 이뤄낼 수 있었던 독특한 미학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