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산행이후로 하루종일 엉치뼈가 아파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새해를 맞았고, 덕분에 공지영씨의 장편 소설인 즐거운 우리집을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성이 다른 세자녀와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결코 즐겁지 않을, 즐거울 수 없는 나의 집을 즐거운 나의 집이라 제명을 한데는,
"솔직히 너희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이게 좋은 가정인지 모르겠는 거야.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더라. 혹시, 아무 생각도 없는 거, 그게 좋은 가정이라는 게 아닐까. 그냥 밥 먹고, 자고 가끔 외식하고 같이 텔레비전 보고, 싸우고 더러 지긋지긋 해다가 또 화해하고, 그런 거…. 누가 그러더라고.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
-p271"
위의 글처럼 충분히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
나는 과연 엄마랍시고 아이에게 강요한 일은 없었는지... 친구같은 엄마 하지만 어느 순간엔 어쩔수 없이 여느 부모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진정 딸이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에 얼마나 동조를 해줄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이 없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거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쉽게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그건 미움보다 더 나빠.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자꾸만 뒤로 미루어서 우리에게 진정한 용서를 빼앗아갈 수 있으니까. ”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 말 뿐이라고. '넌 소중한 사람이야' '너를 용서해' 그리고 '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