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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이문구의 관촌수필

처음 책을 접했을 때의 가슴벅참은 어디로 가고 책읽어 내기가 영 쉬운일이 아니다. 주말 내내 책을 끼고살다 시피해서 겨우 읽어내고 나니 일요일 밤이다.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와 비속어, 한자어 때문에 항간에는“이문구 사전”이 출판될 정도라고 하니 책읽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암튼 일요일 늦은밤까지 책읽기를 마치고 난 후에는 관촌수필의 그 여운 때문에 다시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살았던 '충남 보령 관촌마을을 배경으로 8개의 이야기가 단락단락 나뉘어진 연작소설이다. 일락서산(日落西山), 화무십일(花無十日), 행운유수(行雲流水), 녹수청산(修水靑山), 공산토월(空山吐月), 관산추정(冠山秋情), 여요주서(謠註書), 월곡후야(月谷後夜), 이렇게 8개의 이야기가 제목부터 한문으로 쓰여져 있다.

 

1. 일락서산(日落西山) : 나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할아버지와 옛날 어린 시절 고향 풍경을 향수조로 엮음

2. 화무십일(花無十日) : 6 25전쟁을 통한 윤영감 일가의 수난사, 비극적 관계를 회상

3. 행운유수(行雲流水) : 성장기에 함께 했던 옹점이의 결혼 생활, 가슴아픈 인생유전사

4. 녹수청산(綠水靑山) : 대복이와 그 가족에 얽힌 이웃 이야기 그리고 그 삶이 퇴색되어 가는 과정을 그림

5. 공산토월(空山吐月) : 왕조 체제의 억압적 구조 속에 신음하면서도 서로 돕던 백성의 전형을 석공(石工)을 통해 보여 줌

6. 관산추정(關山芻丁) : 포근하던 한내(大川)가 도시에서 밀려들어온 소비문화와 퇴폐의 하수구로 전락한 실상을 그림

7. 여요주서(與謠註序) :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잡은 꿩 때문에 자연보호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공권력의 횡포를 당함

8. 월곡후야(月谷後夜) : 벽촌에서 소녀를 겁탈한 사건을 둘러싸고 동네 청년들이 범인에게 사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이야기


각 장의 제목과 비례해서 엮어진 내용들이 읽을수록 구수하면서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피폐한 농촌의 삶과 그렇게 밖에 살수 없었던 당시의 세태에 매우 가슴이 아팠다. 특히 민구네 집의 부엌데기 출신인 옹점이의 행로와 친구 대복이의 퇴색되어가는 삶, 성실하게 살다 37세의 나이로 요절함으로써 주인공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석공(石工) 신씨(申氏)의 이야기, 어처구니 없었던 꿩이야는 이문구식의 해학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어릴 적 고향의 모습과 그때 만났던 사람들...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것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고, 더러는 잊혀지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더 슬픈건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느꼈던 그 익숙한 느낌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때. 이제 정말 내 기억속에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을때 정말 서글픈 생각이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