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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허무와의 대면,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

강산무진은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인 김훈의 첫 소설집이다.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가 돋보였던 단편, 「화장」으로 이상문학상(2003)을 수상한 그는,「언니의 폐경」으로 다시 황순원문학상(2005)을 수상했다.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수줍어하며 자신을 '자전거레이서'라 불러달라 하지만, 이제 그는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오년 만에 세 개의 문학상을 거머쥔 온전한 '소설가'이다. 「화장」,「언니의 폐경」,「강산무진」등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목차 

1. 배웅

2. 화장火葬

3. 항로표지航路標識

4. 뼈

5. 고향의 그림자

6. 언니의 폐경

7. 머나먼 속세俗世

8. 강산무진江山無盡


이번 소설집의 그의 글들은 매우 허무하다. 유독 죽음이나 치명적인 노환을 대부분 다루고 있으면서도 죽음에 대한 불안감, 슬픔, 고통 이런 것 보다는 죽음을 앞두고도 피할 수 없는 일상에 대한 담담함을 그려내고 있다.


죽음을 선고받고도 별다른 감정없이 퇴직금이나 아내에게 줄 위자료를 먼저 계산하는 사람들, 현실적이라고 해야할지, 이기적이라고 해야할지..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일상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막막한 비애가 느껴져 너무 허무하기만 하다.

산봉우리, 온갖 기암괴석, 계곡, 드넓은 강, 울창한 숲, 마을 등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하염없이 펼쳐지고 있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보고 있으면 우리네 인생살이를 비유해 놓은 듯 싶기도 하고 김훈의 소설집 또한 인간의 생로병사는 결국 자연(無으)으로 돌아 갈 수 밖에 없음을 은연중에 나타내고자 한 것은 아닌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일부)

18세기 중엽/ 재료 : 두루마리 비단에 수묵담채/ 규격 : 44.1 x 856 cm/ 소장 : 국립중앙박물관

해설 : 이인문은 당시 조선 화단(畵壇)의 총아로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화가였다. 강산무진도는 그의 대표작으로, 사계절의 대자연의 경관을 그린. 긴 두루마리 이다. 강산만리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세화(細畵)로서 끈기있게 그려졌으며. 수산. 농경. 해운에 이르기까지 평화로운 민생(民生)을 감싼 유교적 산수관이 맥맥히 서려있다. 한국 그림으로는 드물게 보는 정력적인 대작이라 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수화가 이인문의 관록을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