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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전경린의 소설,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여/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대표적인 시조이다. 37세라는 짦은 생를 살다 갔지만 오히려 그녀의 삶의 여정은  불꽃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황진이의 일생에 대해서는 책으로 또는 영화로 여러 각도에서 조명이 되었다.

난 전경린이 쓴 황진이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 머릿속으로 혼자 상상하는 것이 난 더 좋은 모양이다...


소설은 황진이가 집을 나와 기생이 되는 대목가지 상세히 끌고 나간뒤 송악 유수들을 만나 차례로 몸을 허락하다가 이사종이라는 무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대목을 축으로 삼는다 전경린이 그려낸 황진이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집착과 편견을 벗어 버리고 활달한 자유인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미 한남자의 아내로 살수 없어요... 차라리 송도를 정원삼고, 뭇 남자를 전생의 업으로 삼고, 거문고를 벗삼아 송악산과 금강산 설악과 두륜산을 두루 떠돌면서 나를 활활 불살라 재처럼 사라지고 싶어요”

정인들과 몸으로 정을 나누는 대목의 묘사는 비록 단문의 건조함으로 가리고 있지만 아슬아슬할 정도의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뜨겁다.

“진은 이사종의 입안으로 들어가고 싶은지 도망가고 싶은지 모르면서 물결 위에 놓인 작은 배처럼 위태롭게 황홀하게 일렁이다가 어느 순간 두려움을 넘어 훌쩍 줄을 풀고 격랑에 몸을 맡겼다”

“달이 구름속으로 들어가고 진의 몸속 깊숙이 박힌 소세양이 용처럼 위로 솟구칠때 진의 몸이 튀어오르며 맹수의 암컷같이 길게 울부짖었다. 소세양이 진의 몸을 꽉 눌렀다. 둘의 눈빛이 고리에 걸린 듯 떨어질 줄 몰랐다."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서리 맞은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은 거문고와 같이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로워라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결국 소세양은 약속한 한달의 기한을 어기고는 결국 탄식을 하며 “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더 머물렀다고 한다.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종실 벽계수가 황진이의 고운 음성과 아름다운 자태에 놀라 나귀에서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는 시조이다.


“‘제게 몸은 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길을 밞으면서 길을 버리고 온 것처럼 저는 한걸음 한걸음 제 몸을 버리고 여기 이르렀습니다. 사내들이 제 몸을 지나 제 길로 갔듯이 저 역시 제몸을 지나 나의 길로 끊임 없이 왔습니다. ”

영화 황진이의 모태가 된 북한작가 홍석중이 쓴 황진이도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