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안되겠지?" ... "돼요.." - 개의 밤을 함께 보내기 직전에 날린 대사 -
힘들때 함께 있었준 그 사람...죽었으면 어쩔 뻔 했어.... 증말...
역시 박중훈이다. 그의 연기는 코믹하지만 절제되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 영화는 박중훈때문에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 여배우의 연기는 역시 신인답게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도 했지만 박중훈 때문에 그 어설픔 마저도 순수해 보일지경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새롭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최근에 본 라디오 스타를 비롯해서..
예전(?) 박중훈의 토크쇼 망하고 난 뒤 오랜만의 그의 가오를 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좋았던 주말이었다.
다음은 박중훈 자신이 꼽은 캐릭터 5선이다.
① “청바지와 청재킷이 잘 어울리던 청춘스타”…철수(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1987년)
20대 초반, 청바지와 청재킷이 잘 어울리던 시절에 찍은 영화였다. 두 남녀 대학생이 벌이는 로맨스와 청춘의 발랄하고 맑은 감성이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규형 감독 연출로 강수연과 함께한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나를 처음으로 인기배우의 반열에 올려주었다. 그런 첫 기쁨을 안으면서 인기를 실감하게 했고 나는 청춘스타가 됐다.
②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한 캐릭터”…용대(게임의 법칙, 1994년)
인생의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청춘 용대가 조직과 보스에 배신당하며 끝내 허망한 꿈으로 스러진 영화. 아마도 내 영화 가운데 이처럼 관객의 가슴을 울린 캐릭터가 있을까 싶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스며든 캐릭터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관객에게 사랑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③ “내가 그였고, 그가 곧 나였다”…우 형사(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년)
살인범을 쫓는 강력반 형사들의 피곤한 추격전 속에서 가장 거친 캐릭터로서 각인된 작품.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안성기, 장동건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함께 한 호흡으로 찬사를 받았다. 내 코믹 이미지에 지쳤던 관객에게 다가가며 절치부심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촬영 등 7∼8개월 동안 우 형사가 되어 살았다. 그 캐릭터에 흠뻑 젖어 정말 그 사람이 되어 한동안 살았다.
④ “내겐 영광이었다”…계백(황산벌, 2003년)
나당 연합군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벌인 백제 계백의 황산벌 전투를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 장렬하게 그린 영화. 계백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충장일 터이다. 전쟁의 역사는 늘 승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패자인 계백에 관한 역사적 자료 역시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야사 속 희미한 자료를 참조하며 연기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전장에 나서는 장수들과 달리 그는 가족을 죽이고 전쟁터로 달려갔다. 내겐 영광스런 캐릭터다.
⑤ “연민을 갖게 하는, 따스한 인간”…동철(내 깡패 같은 애인, 2010년)
반지하 방 이웃으로 만난 취업준비생 여자와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 어떤 때에는 이 여자가 나보다 더 ‘깡패’ 같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과 맞부딪쳐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 또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데 그건 동철의 가슴이 그만큼 따스한 덕분일 것이다. 오랜만에 삼류 깡패의 역할과 이미지를 내보이게 됐다. 건달의 냄새 물씬하지만 가슴만은 따스한 인물이다. 가히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