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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주산지

포근하여 봄인가 하여 봄 옷을 꺼내 입었더니 아침 저녘으로 여전히 쌀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느새 겨울은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 남쪽 끝자락에 있는 주산지[각주:1]이다. 주산리 입구의 주차장에서 15분 남짓 걸어가면 농경 마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둑이 보인다.

이곳은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곳을 찾았을 땐,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올 때였다. "초록의 산 그림자가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태고의 신비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주산지 "라는 세간의 평가와 영화에서  보아온 "산과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던 호수와 물속에 잠긴 왕버들, 호수 위에 떠있던 암자"의 풍경을 그리며 먼 길을 찾았다.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주산지는 호수라 부르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았고, 태고의 신비를 찾기엔 너무나 평범했다(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저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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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차츰 주산지가 주는 안온함에 빠져든다. 조선 경종 때에 완공된 후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주산지, 그래서 이전리 사람들은 지금까지 매년 고사를 지낸다는 이야기와 함께 산책로 끝자락에 이르러 족히 300년은 묵은 왕버들이 호수에 잠긴 풍경을 보노라면 어느새 세상사의 번잡함들을 잊어 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주산지는 새벽 물안개와 왕버들이 어우러진 풍경과 울긋불긋한 단풍을 뽐내는 가을이 아름답다는 평이다.   

거기에 더하여 주왕산이 전해오는 전설[각주:2]을 떠 올리면 하루 하루 푸르른 물이 오를 주산지의 풍경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왕산을 찾은 사람들은 1박후 다음 날 주산지를 많이 찾는다. 주왕산에서 주산지까지는 차로 약 10분 거리다)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남안동나들목∼35번국도 의성방향 ∼단촌∼914번 지방도∼청송∼하의(주왕산)∼부동(이전리)∼주산리.

  1.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쌓기 시작하여 경종 때인 1721년에 완공되었다.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7.8m이다.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저수지 아래의 이전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호수 주변을 정리하고, 동제를 지낸다.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이 유명하다. [본문으로]
  2. 해발 721m인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 중의 하나로, 신라때 중국의 주왕이 피신 와서 머무르다 신라장군 마일성 장군이 쏜 화살에 죽었다는 전설과 신라 무열왕 16대손인 김주원이 왕으로 추대되었지만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이곳으로 피신와서 은거했다는 전설 등이 기암괴석 곳곳에 베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