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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보다 더 슬펐던 사내 첼시 테리의 눈물

어린장미 2008. 5. 22. 23:22

이번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우리의 박지성 선수의 결장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천당과 지옥을 오간 호날두가 있었고, 경기후에도 맨유잔류 여부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는 호날두에 대하여 맨유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에 대하여 국내언론들은 말이 많다. "박지성을 버린 무자비한 퍼거슨"이라느니, "퍼거슨 벽칙 전략에 희생된 박지성"이라는니, 호의적으로는 "배려보다는 우승 중요했던 명장"이라는둥 찬반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번 대회 가장 슬펐던 사내는 누구였을까? 나는 첼시의 7번 테리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마치 그 옛날 마라도나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에게 패하여 그라운드를 눈물로 떠나든 그 순간이 생각났다.

테리는 첼시의 상징 같은 존재다. 첼시 유스 시스템이 키워낸 가장 성공적인 선수로 어린 나이에도 주장을 맡으며 첼시를 이끌었다. 강인한 정신력과 뛰어난 제공권 그리고 득점력까지 갖춘 테리는 모든 감독이 신뢰하는 선수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테리는 젖은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며 실축을 한다. 그리고 첼시의 7번째 키커 니콜라 아넬카의 슛이 에드빈 판 데르 사르의 손에 걸리는 순간, 주장 존 테리는 눈물을 흘리며 아브람 그랜트의 품에 안겼다. 아~ 알베르트 카뮈는 패배의 쓴맛을 씹기 위하여 축구를 한다고 말했던가. 지구 상에거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었다.

아, 테리여!


그 슬픔이 더했던 이유는,  첼시는 전후반, 그리고 연장전 낸 경기를 지배했고, 특히 경기 내내 투혼을 발휘하며 첼시 수비진을 이끈 테리였다. 테리는 루니와 테베스를 거의 완벽하게 봉쇄하며 수비를 이끌었다. 게다가 연장 전반 8분 라이언 킥스의 완벽한 슈팅을 머리로 막아내며 팀의 골문을 수호했던 그의 무훈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첼시에게 사상 첫 번째 우승을 안겨 줄 수 있었던 주장 테리의 눈물은 첼시의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비인간적인 페널티킥의 잔인함에 테리는 어쩔 수 없이 비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는 그 순간, 가장 고독했을 것이다. 환호 속에 그는 철저하게 혼자였을 것이다. 박지성의 슬픔보다 몇갑절 뼈에 각인되는 너무나 공포스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올 시즌 무관에 그치긴 했지만 첼시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승자만을 기억하지만 팀을 이끌었던 테리의 활약만은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가슴에서 빛날 것이다. 박지성의 활약과 함께 비극 속에서 별은 빛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