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영리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Rough Cut, 2008)

어린장미 2008. 9. 15. 19:45
추석뒷날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 그냥 발길을 돌리려다가 본 영화였다. 오우~ 대박이다.

우연히 골라 본 영화치고는 추석절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였다. 특히 소지섭..
군제대 후에 첨 찍은 영화였을 텐데.. 부디 대박나길... 너무 멋찐 소지섭 ㅋㅋ

장수타와 이강패로 분한 두 주인공 특히 강지환은 드라마에서 몇번 본 기억이 난다.
남자 치고는 눈물연기에 매우 강하다는 인상이 들었던 배우였는데...
괜찬은 배우들과 괜찬은 영화를 보고 온 지금.. 너무 기분이 좋다.

기본정보
액션/한국/112분/2008.9.11개봉
감독 장훈
출연 소지섭(이강패), 강지환(장수타)
국내 18세 이상 관람가
제작 배급사 (주)김기덕필름, Finnegan Associates, 스튜디오 2.0



다음은 모 일간지에서 퍼온글임다. 참고하시길...

영화는 영화다'(김기덕필름, 장훈 감독)가 추석 연휴 개봉작 중 가장 크게 웃었다.

한주 앞서 개봉한 '맘마미아' '신기전'에는 뒤졌지만 11일 개봉작 중에선 '울학교 이티' '20세기 소년'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용 대비 효용 면에선 가장 두각을 보였다는 평.

배급사 스튜디오 2.0은 "11~15일 닷새간 4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저예산 수준인 15억원의 순제작비, 여기에 대중성과는 거리를 두었던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영화다'가 어떻게 관객의 지지를 받은 걸까.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가 주효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내러티브가 주효했다는 평이다. 단역 배우 출신인 건달 강패(소지섭)와 트러블 메이커인 다혈질 배우 수타(강지환)가 액션영화 상대역으로 만나 서로 리얼하게 주먹을 휘두른다는 설정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왜 그렇게 살아? 짧은 인생." "죽은 듯 살아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라"처럼 영화 속 상대방 대사를 서로 읊조리는 장면이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흥미를 돋웠다.

"쓰레기 같은 인생" "인생 잘 만나 흉내만 내고 사는 놈"이라며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의 실전 액션 장면도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감독이 컷을 외쳐도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 강패, 소주를 강패 얼굴에 끼얹자 소주병을 깨고 위협하는 수타의 대결에선 둘 사이에 흐르는 혐오와 증오가 스크린을 찢고 나올 것처럼 빛을 발했다.

'비열한 거리' 등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 구조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실에서 앙숙으로 만난 두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서로를 죽일 듯 달려들지만 엔딩신인 갯벌신 촬영 후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또 한번 현실과 픽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큰 웃음 준 봉감독의 열연

큰 웃음을 자아낸 조연들의 활약도 입소문에 가세했다. 특히 봉감독으로 나온 고창석은 자칫 무거울 뻔했던 이 영화를 코믹하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관객을 포복절도케 하는 능청스런 표정과 대사 덕분에 영화가 한결 흥미로워졌다. "미나씨, 혹시 나 좋아해?" "연습 많이 했네"에서 가장 큰 웃음이 작렬했다.

그는 '친절한 금자씨' '바르게 살자' '괴물'을 포함해 '보이첵' 등 연극에선 연기 및 연출까지 도맡은 베테랑 배우다.

카리스마 넘치는 강패의 부하1로 나온 행동대장 역 한승도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비롯해 15편의 연극에 출연한 동숭동파 배우다. 수타와 폐차장에서 실감나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 성민 역의 공정환도 '고사'에서 첫 비극의 주인공인 체육교사로 나오며 주목받은 연기파 배우다.

▶곳곳에 녹아있는 김기덕의 흔적

각본에 참여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문법도 곳곳에 녹아있다. '파란대문'(여대생 VS 창녀) '나쁜 남자'(여대생 VS 깡패)처럼 서로를 경멸하던 두 주인공이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모를 연민을 갖게 된다는 김기덕 특유의 세계관이 이번에도 투영돼 있다.

확연히 대비되는 두 남자의 흑·백 드레스코드가 갯벌에서 뒹굴며 회색으로 변질되는 장면,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모호함, 여기에 흉기로 둔갑되는 부처상을 통해 자비와 용서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처음 본 여자의 입술을 강제로 훔치는 남자의 야수같은 모습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극단적인 경험을 거친 뒤 비로소 자기애(自己愛)에 도달한다는 김기덕 영화 주인공의 공통점이 강패에게 잘 묻어나 있다.

'영화는 영화다'는 이렇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 문법을 유지하며 상업영화의 틀을 보강한, 영리한 영화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