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모든 것이 무너져도 나에게는 아내가 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어린장미 2008. 11. 6. 13:11

누군가가  "나에게는 여류작가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일부 여류작가의 소설은 뭔 소리를 하는지 참 알아듣기 힘들다. 겨우 겨우 소설을 다 읽어내는 '독한 짓'을 하고 나면 밤새 졸음을 참아가며 잔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뭘 들었는지 전혀 머리에 남지 않는, 그런 느낌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 "

라는 글을 보곤 정말 감탄사를 연발 내뱉었던 적이 있었다. 오히려 난 그런 뭔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조차 내가 무지해서 그러려니.. 또는 나의 문학적 감수성이 한참 모자람을 탓해야만 했다.


물론 여류작가라고 해서 다 이런 건 아닌것 같다. 얼마전에 본 주이란의 "혀"는 남자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간단 명료하면서도 강렬하게 일갈을 날리는 문체였었다.

나는 오늘 아내가 결혼했다는 박현욱의 소설을 읽었다. 잡은 순간부터 다 읽을 때까지 한시도 손에는 그 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간 편견없이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물론 개중에는 남녀 작가를 불문하고 쉽게 읽히는 글이 있는 반면 그렇치 않는 글도 있었다.

사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소설은 2006년도에 발간이 되었지만 이제야 손에 잡게 된것은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엇지만 이 글을 남자가 썻다고 하는데서 더 끌렸다.

사회학과 출신 작가답게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란 이질적 소재를 다루면서,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축구를 가지고 익숙한 소설적 화법인 수다와 함께 잘 조화시킨 것 같다. 낯선 이야기 지만 하나도 낯설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더 재미있는건 주인공의 깐족거림이다.

과연 이런 류의 결혼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새 그의 책을 읽다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게 만든다. 아내는 끊임없이 그녀의 의견을 남편에게 이야기 한다. 여러 민족들의 결혼제도와 자신의 생각들을 ... 남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지만 어느덧 현실의 결혼제도가 모두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편으론 아내에게 점점 쇄뇌 되어 가면서도 겉으론 안그런척 하는 주인공이 우습기도 하지만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말 잘하는 아내나 남편을 둔 상태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게다가 그런
 아내가 성적 능력도 탁월한데다 그녀의 뛰어난 말솜씨가 남편에게 기가 막히게 잘 먹혀 들어가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얼마전 영화로도 상영이 되었고 예쁜 손예진의 모습을 볼수 있어서 영화도 좋았지만 역쉬 책이 최고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