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께 / 렛미인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는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아름답긴 하지만 뭔가 기묘한 분위기가 풍겼던 영화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하얀 눈밭에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에서 조차 - 물론 호킨의 어수룩한 살인행위 덕분에 우습기 조차 햇다는 - 오히려 너무 조용하고 적막한 느낌때문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모를정도였다는..
하지만 그들 사이의 내재된 갈등만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혼한 부모를 둔 오스칼, 최악의 학교생활, 집단 구타, 게이인 아빠와 각박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 겉으론 강한척 하지만 뱀파이어의 숙명으로 태어난 이엘리, 그리고 이엘리의 보호자(?)인 호킨.. 이들의 복잡 다단해 보이는 관계도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사랑의 범주를 넘지 못해 보인다.
이엘리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희생할 수 있었던 “호킨”
호킨이 원하는 마지막 행위를 기꺼이 해주었던 “이엘리”
뱀파이어인 이엘리를 마음속 깊이 받아 들인 “오스칼”
혼자라는 외로움을 기꺼이 떨쳐 버릴 수 있게 해주었던 “이엘리”
엄마와의 성적 차이로 인한 이혼과 아빠의 동성애적 사랑..
가끔 사랑이 맹목적이고 무모하게 보이는 것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한 사랑의 속성 때문은 아닐까.. 다가가고 싶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사랑이 시린 것은 이런 엇갈림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까만 밤 눈발이 흩날리는 장면은 겨울이 주는 적막함을 더없이 느끼게 해주었고 오스칼과 이엘리의 투명한 피부와 결합되어 서늘한 비장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