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지옥의 묵시록/ 전쟁의 공포와 광기

어린장미 2009. 3. 2. 13:31

뭐지? 도데체..이 전율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월남전을 소재로 한 코폴라 감독의 첫 작품이며 최대 문제작으로, 칸느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코폴라 영화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 포스트 베트남 영화의 총결산, 평가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지만 어찌됐든 간에 한 시대의 미국과 헐리우드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포스팅을 위해 몇몇 글들을 읽어 보니 어제 본 영화에서는 몇몇장면들이 삭제되고 없다. 그래도 뭐 괜찬다. 내가 본 씬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웅장하면서도 철학적이었으니까..


전쟁영화를 이렇게나 심도있게 다소 어두우면서도 신비주의적인 방식으로 전쟁의 실체를 다루었던 영화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후반부에는 전쟁영화인가 싶은 정도로 완죤 몽환적이다. 실제로 커츠 대령이 죽었는지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때 미군부의 전쟁 영웅이었으나 명분 없는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지금은 군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부대원들을 이끌고 캄보디아의 밀림에서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구축한 커츠 대령. 그를 찾아내 암살하라는 임무를 맡은 윌라드 대위. 윌라드와 일행들이 겪게 되는 여러 인간 군상들과 상황들은 말 그대로 폭염과 광기로 들끓는 혼돈의 대장정이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 선율에 맞춰 무차별 레이팜탄을 퍼부으며 서핑을 즐기는 꼴똥 마초이자 전쟁광 킬고어 대령, 플레이보이 걸들의 위문 공연장에서 집단 광기를 분출하는 군인들. 전쟁은 자기도취의 유희이자 환멸의 시공간이다. 그들 모두는 전쟁의 가해자요 피해자인 것이다.


 '자넨 날 죽일 자격은 있어도 날 판단할 자격은 없어. 우린 판단하기 때문에 패배한 거야.' 이성을 마비시키는 광기와 살육의 도가니. 그것이 전쟁의 실체이고 미국정부와 커츠대령, 윌라드 대위의 모습은 모두 그 극단의 화신이다. 윌라드 대위에게 커츠 대령은 자신을 암살할 임무를 상기시킨다. '날 이해한다면 날 위해 그 일을 해주게.


오래된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영화보다 더없이 훌륭하고 멋진 영화였다. 영화속 배우들의 몸짓, 숨소리, 그 속의 영혼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면 너무 지나친가... 각종 CG로 영화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가지만 오히려 이런 과도한 기술들 때문에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이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사족한마디.. 말론 브란도가 그렇게 거구였는지 첨 알았다. 그런데 그 몽환적인 분위기 정말 최고다. 대단한 배우다.


기본정보

장  르 드라마, 전쟁, 액션 | 미국 | 153 분 | 재개봉 2001.08.31, 개봉 1998.06.04 

감  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  연 말론 브란도(월터 E. 커츠 대령), 로버트 듀발(빌 킬고어 중령), 마틴 쉰(벤자민 L. 윌라드 대위).

국내 18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