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아니 에르노의 소설, 탐닉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21. 16:47

탐닉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소설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이다.

일기글을 소설로  출간해서인지 대담하고 사실적인 성묘사 행위가 대부분이다. 굉장히 야하다..

그런데 그런 야함이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공감도 가고... 한편으론 그녀가 안돼어 보이기도 하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러한 열정과 집착의 괴로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정말 뜻밖이다-은

어찌 보면 인생의 절반에 가까워져가는 사람으로서는 다행스럽고도 반가운 발견일 수도 있겠다.


비록 자랑할만한 로맨스는 아닌 것 같지만...기실 그녀는 S와 서로 사랑했다기 보다는 그의 허위적인 파트너에 불과했다.

작가라는 사회적인 타이틀-연예인을 사귀는 것과는 다른 것-과 원할때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육체적 파트너라는 것, 그것은 반대로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가 원해야만 만날 수 있는 불평등한 관계를 의미하는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 부분이 그녀가 S에게 집착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S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다림과 만남 뒤의 허무함은 그녀의 본업마저 위협할 정도였지만 모든게 지나가고 나니 '작품'이 남는다. 그게 글을 쓰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점일까?


- 그가 떠난 후에 잘수도, 그의 육체에서 나를 뗄 수도 없었다. 아직도 내안에 그가 남아 잇다 나의 모든 비극이 바로 거기 잇다. 그를 잊을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다. 나는 그의 말, 몸짓을 빨아 들인다. 나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흡수한다.


 - 내 인생에서 당신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거 같아...
 

-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가 거기 있는것 섹스하고 꿈을 꾸고 그가 또오고, 섹스하고.. 모든 것이 기다림일 뿐이다.


참으로 대담 무쌍한 작가였다. 어쨌튼 쉽지 않은 작품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