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멋진 하루
차가운 겨울. 서울은 온통 회색빛이다. 두꺼운 외투로 온몸을 감싼채 호주머니에서 절대 손을 빼지 않을 것처럼 깊이찔러넣고 한껏 몸을 움추리고 서있다. 말 할때마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퐁퐁 솟는다. 돈 갚아!..
그 둘이 만나는 첫장면이 좀 쌩뚱맞게 보인 것이 바로 경마장에서 였다. 영화 전개상 큰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무슨 큰 일이라도 낼 것 처럼 불안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지만 왜 경마장이냐고 햇더니병운의 어릴적 꿈이 기수가 되는 거였다나 어쨌다나..
암튼 영화는 1년 전에 연인이었던 희수(전도연)와 병운(하정우)은 채권자-채무자로 다시 만나 무작정 350만원을 갚으라는 희수의 고집에 병운은 소위 ‘빚으로 빚갚기’ 전략을 동원..자신이 아는 사람들, 주로 여자들에게 연락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희수의 빚을 갚아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에피소드를 잔잔한 웃음과 애잔한 추억을 동반하며 펼쳐 놓는다.
병운역의 하정우는 예의 그 수다스러움과 넉살 좋음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속물스럽고 밉상스럽기 그지 없지만 이상하게 순수해 보인다. 여사장에게 차용증을 써 주다가 하는 말 "혈서를 써야 하는데 제가 빈혈이라.." ㅋㅋ
그리고 희수역의 전도연 역시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더없이 까칠하고 냉정하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저럴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가도 또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이 차를 타고 돈꾸러 다니지만 희수가 병운을 찾아온 게 병운은 내내 궁금하다. 너 내가 정말 보고싶어서 온거 아냐?
희수는 병운의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동안 이상하게 모두 그에게 친절한 그녀들을 보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들 속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에 대해서 만큼은 내가 더 잘 안다는 .. 하지만 희수가 알고 있다고 하는 것 또한 그의 일부분일 뿐 정작 희수 자신도 그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자기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한 것이 자신의 오만이었다는걸 서서히 느끼게 되면서 병운의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어 보인다.
어떤 사람에겐 영 아닌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겐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보고싶어하는 부분만 보는 것은 아닌지. 모든 것을 내 자신 위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정보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23 분 | 개봉 2008.09.25
감독 이윤기 출연 전도연(김희수), 하정우(조병운) 국내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