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모방범 1, 2, 3

어린장미 2010. 9. 24. 10:35
 

 

3권 합쳐서 총 1600페이지에 달하는 모방범을 다 읽었다. ㅋ

읽는 내내 왜 제목이 모방범인지 궁금했었는데.. 말처럼 누군가 이미 저지른 범행을 그대로 따라해서 저지르는 게 모방범 아닌가 햇지만, 이책 끝부분에 다다를때까지도 이를 본딴 유사한 범행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는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 이 책은 원조 범죄의 이야기로만 가득하다. 마지막 까지도 범인은 내 머리속에서 모두 창작한 것이라고 외쳐댄다. 그런데 왜 모방범일까..


모방범은 일본의 인기 작가이자 우리나라에도 고정 독자들을 확보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쾌락형 범죄자의 범행을 다루고 있다.


각권마다 500쪽이 넘는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부에선 이유 없는 폭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과 분노, 죄의식까지 느끼게 되는 피해자의 가족들, 2부에선 매우 영리하지만 제멋대로인 논리와 유치한 특권 의식을 가진 범인의 시점으로 잔혹한 범행이 묘사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잠깐 멈춘 듯했던 사건이 다시 시작되어 긴박하게 전개된다.


범인은 아마도 요즘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아무런 두려움도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너는 죽고 싶지 않다고 애걸하지만, 지금처럼 보잘것없이 살아봤자 뭘 하겠어? 그렇지만 내가 기획한 이 연속살인극에 참가하면 네 이름은 전국으로 알려지게 돼. 모든 사람이 네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줄 거야. 모든 사람이 너의 죽음을 애도해줄 테고. 이거 너무 멋지다는 생각 안 들어?”


범죄자들은 대개 욕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에는 재물 애정 명예 질투 등 단순한 욕망에 가까웠지만 언제인가부터 그 욕망은 더욱 복잡해졌고 심지어 범죄 자체를 즐기며 과시하는 범죄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어떤 사람이 남의 인생을 쉽사리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
-  본문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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