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승의 소설, 한명회 나룻배 한 척이 강을 건너고 있다. 아직은 뺨에 시린 강바람을 가르며 물살을 헤치는 나룻배에는 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삐거덕삐거덕 노 젓는 소리가 왠지 무겁게 들린다. 그게 마치 그 덩치 때문이기나 한 듯 우람한 몸짓의 사나이도 끼어 있다. 그는 아까부터 쉼 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한 사내를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켜보고 있다.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서 떠벌리고 있는 사내는 풀잎을 지근지근 씹어 가며, 그 풀물을 퉤, 퉤, 뱉으면서 한창 신바람이 나 있다. 드물게 볼 정도로 못 생긴 얼굴이 어찌 보면 당나귀와 흡사했다. 그러나 눈빛은 형형하여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서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요모조모 눈여겨 살폈을 때의 인상이고, 언뜻 보기엔 영락없는 팔푼이 아니면 덜떨어진 망나니였다.. 더보기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247 다음